한국 크리스마스 변천사 — 통금이 풀리던 성탄 전야부터 길거리 캐럴이 조용해진 이유까지
1949년 공휴일 지정부터 통금이 풀리던 성탄 전야, 통금이 사라진 1982년 첫 성탄 전야, 길거리 캐럴이 조용해진 이유(저작권만이 아닙니다), 2020년과 지금까지 한국 크리스마스 변천사를 법령·국가기록원·당시 신문으로 정리했습니다.
“요즘 크리스마스는 예전 같지 않다”는 말을 해마다 듣게 됩니다. 길거리에 캐럴이 안 들리는 건 저작권 때문이라는 말도 함께요. 그런데 기록을 따라가 보면 크리스마스는 사라졌다기보다 모양이 바뀌어 왔습니다. 거리에서 저절로 들려오던 크리스마스에서, 찾아가거나 집에서 꾸미며 만들어 가는 크리스마스로요.
1949년부터 지금까지를 법령·국가기록원·정부 발표·당시 신문으로 차례로 짚어 봅니다.
1949년, 크리스마스가 공휴일이 되다
해방 직후 미군정 때부터 크리스마스에는 관공서가 쉬었습니다. 정부 수립 뒤 1949년 6월 4일 대통령령 「관공서의 공휴일에 관한 건」이 만들어지면서 ‘12월 25일(基督誕生日)’이 관공서 공휴일 목록에 들어갔습니다.
통금 시절, 성탄 전야는 ‘단 하룻밤’이었다
1945년 9월부터 1982년 1월까지 한국에는 밤 통행금지가 있었습니다. 밤늦게 거리에 있으면 ‘야간통행금지법 위반’으로 걸리던 시절이죠. 그런데 크리스마스이브와 12월 31일 제야 같은 날에는 통금이 풀렸습니다. 국가기록원은 이날 “모처럼 밤거리가 활기를 찾기도 했다”고 적고, 밤새 놀 수 있는 ‘해방의 날’, ‘연인들의 날’로 여겼다고 전합니다. 1960~70년대엔 전기구이 통닭과 버터크림케이크로 성탄 분위기를 냈고요.
1982년, 통금이 사라진 첫 성탄 전야
1982년 1월 5일 자정을 기해 통금이 풀렸습니다(접경 지역 등 일부는 1988년). 그해 성탄 전야를 다룬 신문들은 조금 뜻밖의 풍경을 전합니다. 동아일보는 “예년의 절반도 안되는 인파”였고 “10시가 지나서 대부분 서둘러 귀가했다”고 썼고, 경향신문도 “인파도 지난해의 절반정도에 불과했다”고 적었습니다. 두 신문 모두 이유를 단정하지는 않았지만, 매일 밤이 자유로워진 첫해였다는 점은 눈여겨볼 만합니다.
길거리 캐럴은 왜 조용해졌을까
매일신문은 2013년에 “10여 년 전까지만 하더라도” 전파사와 음반 가게가 커다란 스피커를 길거리에 내놓고 음악을 틀어 주던 풍조를 돌아봤습니다. 그 캐럴이 줄어든 이유로 흔히 저작권을 꼽습니다. 2018년 8월 23일부터 커피전문점·체력단련장 같은 곳으로 매장 음악 공연권료 대상이 넓어진 것도 사실입니다(50㎡ 미만은 제외).
하지만 문화체육관광부는 2015년과 2019년에 연말 캐럴은 저작권 걱정 없이 틀라고 안내했습니다. 일반음식점·옷 가게·화장품 가게·전통시장은 애초에 저작권료 대상이 아니라는 것이죠. 대신 가게 밖에 내놓은 스피커는 소음·진동관리법의 생활소음 규제를 받고, 정부는 2013년 겨울과 2020년 1월 등에 ‘문 열고 난방’하는 가게를 단속했습니다. 한국음악저작권협회는 소음·에너지 규제가 주된 이유라고 설명했고, 머니투데이 팩트체크는 협회 설명이 “대체로 사실”이면서도 저작권을 걱정해 음악을 끈 가게가 있었던 것도 맞다고 봤습니다. 한 가지 이유가 아니었던 셈입니다.
2020년, 모두가 집에 있던 성탄
2020년 12월 24일부터 이듬해 1월 3일까지 전국 식당은 5명 이상 예약과 동반 입장이 금지됐고, 파티룸은 문을 닫았습니다. 수도권은 하루 앞선 23일부터 5명 이상 사적모임 자체가 금지됐습니다(비수도권은 강력 권고). 크리스마스를 집에서 보내는 것이 선택이 아니던 해였습니다.
지금은 찾아가거나, 꾸미거나
그렇다고 거리가 비었다는 말은 아닙니다. 2023년 성탄 전야 오후 7시, 경찰은 명동 인근에 9만 8천 명이 모였다고 집계했고, 2024년 광화문 마켓에는 역대 가장 많은 164만 명이 다녀갔습니다. 한편 엠브레인 트렌드모니터 조사에서 연말 모임으로 ‘외부가 아닌 집에서의 간단한 모임’을 선호한다는 직장인은 39.4%(2020)에서 69.3%(2022)로 늘었습니다. 저절로 들려오던 거리 대신, 일부러 찾아가는 명소와 내가 꾸미는 집으로 크리스마스가 나뉜 셈입니다.
‘코로나 뒤 집으로’라고 단정하기 어려운 이유
다만 크리스마스가 코로나 이후에 갑자기 집으로 갔다고 보긴 어렵습니다. 코로나 전인 2019년 알바콜·두잇서베이 조사(성인 4,397명)에서도 크리스마스 계획 1위는 ‘집에서 휴식’(41%)이었습니다. 위의 69.3%도 크리스마스가 아니라 연말 모임을 물은 조사입니다. 모양이 한 번에 바뀌었다기보다, 오래 이어진 흐름이 2020년을 지나며 더 또렷해졌다고 보는 편이 맞습니다.
정리
- 1949년 대통령령에 12월 25일이 관공서 공휴일로 들어갔다
- 통금 시절엔 성탄 전야만큼은 통금이 풀려 밤거리가 북적였다
- 통금이 사라진 1982년 첫 성탄 전야, 인파는 예년의 절반이었다는 보도가 있다
- 길거리 캐럴이 줄어든 건 저작권 때문만이 아니다 — 식당·옷 가게는 저작권료 대상이 아니고, 가게 밖 스피커는 소음 규제를 받는다
- 지금은 찾아가는 명소와 꾸미는 집, 두 곳에 크리스마스가 있다
트리 꺼낼 때 다시 보게 저장해 두세요.
출처
- 관공서의 공휴일에 관한 건(대통령령 제124호, 1949.6.4.). 국가법령정보센터. https://www.law.go.kr/LSW/lsInfoP.do?lsiSeq=10289
- 국가기록원. 기록으로 만나는 대한민국 ‘크리스마스’. https://theme.archives.go.kr/next/koreaOfRecord/christmas.do
- 국가기록원. ‘야간통행금지와 해제’. https://theme.archives.go.kr/next/koreaOfRecord/curfew.do
- 동아일보 1982.12.25 1면 「조용한 이브」 · 경향신문 1982.12.25 7면 「X머스 이브 성숙의 성야」. 네이버 뉴스 라이브러리.
- 매일신문 (2013.12.19). https://www.imaeil.com/page/view/2013121914055460668
- 문화체육관광부 (2018.8.20). 2018년 8월 23일부터 음악 공연권 행사 범위 확대 시행. https://www.mcst.go.kr/site/s_notice/press/pressView.jsp?pSeq=16831
- 문화체육관광부 (2019.12.2). 연말 성탄 캐럴 저작권 걱정 마세요. 정책브리핑. https://www.korea.kr/news/policyNewsView.do?newsId=148867080
- 정책브리핑 (2023.12.21). [정책 바로보기] 저작권 때문에 ‘길거리 캐럴’ 사라졌다?. https://www.korea.kr/news/policyNewsView.do?newsId=148924038
- 머니투데이 (2023.12.13). 저작권 때문에 캐럴 못 튼다?…[팩트체크]. https://www.mt.co.kr/culture/2023/12/13/2023121216492586522
- 정책브리핑 (2013.12.12) 겨울철 에너지 사용 제한 · (2020.1.13) 문 열고 난방 영업 집중 단속. https://www.korea.kr/news/interviewView.do?newsId=148771173 · https://www.korea.kr/briefing/policyBriefingView.do?newsId=148868215
-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2020.12.22). 연말연시 특별방역 강화대책. 정책브리핑. https://www.korea.kr/news/policyNewsView.do?newsId=148881537
- 서울시 (2020.12.21). 수도권 5인 이상 사적모임 금지. https://mediahub.seoul.go.kr/archives/1305732
- 세계일보 (2023.12.25). 성탄 전야 명동 인근 9만8000명(경찰). https://www.segye.com/newsView/20231225501829
- 아주경제 (2025.1.8). 크리스마스 빛낸 ‘2024 광화문 마켓’, 164만명 방문. https://www.ajunews.com/view/20250108084055925
- 쿠키뉴스 (2022.12.24). 엠브레인 트렌드모니터 연말 모임 조사(직장인 1,000명). https://www.kukinews.com/article/view/kuk202212240011
- 뉴시스 (2019.12.23). 알바콜·두잇서베이 크리스마스 계획 조사(성인 4,397명). https://www.newsis.com/view/?id=NISX20191223_00008681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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